의사들도 환경에 맞춰 돈을 버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목감기에 가래 기침으로 10여 일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내과를 방문한 것만도 3번, 삼세번이라고 세 번을 같은 병원에 갔으나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갔습니다. 평소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병원은 버스를 갈아타야 하기에 덜 번거로운 읍내에서 그래도 기침 가래를 잘 봐준다는 내과를 찾았습니다.
병원의 수입은 진료와 처방인데, 내과의 경우는 처치는 거의 없습니다. 처치라고 하면 피부과 등에서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처치를 하면서 돈을 버는 경우인데요, 거기에 비하면 내과나 이비인후과은 하루 종일 사람들 청진기를 들이대야 하고 이비인후과는 하루 종일 사람들 입이나 콧구멍을 들여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보험수가로 떨어지는 것은 그다지 돈을 못 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내과에서는 지금처럼 감기 환자가 많은 계절에는 수액을 팔면서 돈벌이하고 있습니다. 가장 싼 것이 5만 원, 8만 원, 10만 원, 이렇게 3종류가 있는데 환자들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은 8만 원짜리를 고릅니다. 5만 원은 그렇고 그래도 8만 원은 낫겠지, 하며 간호사에게 이야기합니다.
수액의 효과는 긴급성입니다. 열이 갑자기 올라서 급하게 떨어뜨려야 할 때, 물론 이것보다 더 긴급이라고 하면 얼음물에 환자를 담겨야 하겠지만, 병원에 걸어서 올 정도라면 링거는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감기, 몸살에 걸렸을 때 몽롱하고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구름을 밟는 건지 계단을 밟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어지럽고 힘이 없을 때 수액을 맞으면 금방 효과가 나타납니다. 수액을 맞고 계단을 내려오면 발이 땅에 닳는 느낌이 들죠.
평소에 수액은 위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수액을 맞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집 근처 병원에 3번을 갔었는데 효과가 없어 읍내 병원을 찾았습니다. 열이 있는지도 체크하지 않고 목구멍을 보더니, "목이 염증으로 벌겋게 되어 지금은 약으로 치료하기는 단계를 넘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추가되어야겠네요. 항생제와 수액을 맞고 처방전을 써줄 테니, 한 40분 정도 여유 있으시죠."
그동안 어떻게 치료했냐고 묻길래 동네 내과에 3번이라 방문했는데 차도가 없어 이리로 왔다고 했더니 그 말을 꼬리 물고 수액이 만병통치약으로 변합니다. 약 말고 한 단계를 넘어선 치료 방법이 수액? 아닌데 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하고 40분 동안 누워 있다 왔습니다.
수액 실에서 바깥 계산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떻게 건수를 잡아서 몽땅 수액 실로 보내고 있습니다. 간호사에게 수액에 항생제도 들어갔냐고 물으니, 항생제는 엉덩이로 맞은 것이 항생제고 수액에는 비타민 몇 종류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의사 말은 목에 염증이 벌겋게 생겼다는데 비타민 몇 가지 넣은 수액이 어떻게 염증을 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80,000원 결제했습니다. 정확하게는 79,400원이었는데, 수액은 7만 원짜리, 항생제 5천 원, 처방전 4,400원일까, 생각하며 잠시 머리를 식히며 병원을 나왔습니다.
목감기로, 가래로 기침이 생기면 그동안 병원에서는 물약을 같이 처방합니다. 기침이라는 것이 가래가 없으면 기침은 하지 않습니다. 가래가 목을 살살 긁으면서 그것을 뱉어내기 위해 기침을 하는 건데요, 이 물약이 가래를 없애는 데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래를 없애는지, 발생을 멈추게 하는지 아니면 가래를 희석해 식도로 내려가게 하는지 또는 목에서 가래를 느끼는 감각을 살짝 죽이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물약이 상당히 효과가 있어 일반 처방 약은 식후 30분에 먹고, 이 물약은 잠들기 전에 쭉 짜 마시면 그래도 몇 시간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이번 수액 팔이 의사가 처방한 것은 거담제는 물약이 아닌 알약으로 일반 처방 알약과 같이 먹게 했네요.
저녁 식후에 약을 먹고 약간 가래가 잠잠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약발이 듣는다고 하죠, 그런데 막상 잠자리에 들어가는 12시에 가까워지면서 가래는 심해지고 기침도 가슴이 아파 크게 할 수 없어 킁킁거리며 기침을 연발합니다. 약이 아닌 한 단계 올라선 치료를 한다는 것이 엉덩이 항생제, 비타민 수액이라는 겁니다.
의사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의사이니 일 년에 몇억 대 연봉은 챙겨야 그래도 의산데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다 보니 길거리 만병통치약 약팔이 의사가 되는 거죠. 한 단계 상급 치료를 받았지만, 오히려 잠들기 전에 물약을 짜 먹는 것보다 가래가 더 많아지고 목이 답답해서 기침할 수밖에 없으니, 참 이 의사 환자 상황을 수액으로 잘 연결한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치료했는지 묻더니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 보자고 했던 것이 수액. 목구멍에 염증을 수액으로 치료하자는 거죠.
병원에서 수액을 강요하는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이전에는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는데 지금은 수액을 안 맞으면 병이 낫지 않을 것처럼 바람을 잡습니다. 사람에 따라 수액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찬바람이 불쯤에 몸이 으스스 춥고 한기가 올 때 미리 수액을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액을 미리 맞으면 그해 겨울에는 감기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 매년 초겨울에 감기기만 있으면 수액을 맞는데요, 그러다 다시 몸살감기에 걸리면 이번 감기는 지독하다고 합니다. 매년 수액을 맞으면 감기를 모르고 지냈는데, 이번에는 또 같은 감기에 걸린 것이 내가 몸 관리를 잘못한 것이 아니고 감기가 평년보다 지독하게 독한 놈이라는 겁니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마치 수액이 감기, 몸살에는 특효약이라도 되는 것으로 찬양할 정도로 주위에 감기 이야기만 나오면 어디 가서 수액 안 맞아봐 단번에 떨어져, 이러는 거죠.
지금 의사만 이런 바람잡이가 된 것은 아닙니다. 일반 가게에서도 바람잡이가 있습니다. 한 번은 옷 가게에 들렀습니다. 옷 가게에서 남자 손님은 봉입니다. 정말 이상하지 않으면 대부분 그냥 나가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일행도 괜찮다고 어울린다고 하는데, 이날만은 이 옷만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옷을 보자고 매장 안을 돌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오지랖이 좀 그런 사람이 있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매장을 둘러보는데 또 같은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그러네요. 요즈음도 아직 일반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같이 술을 한 잔씩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술을 한 잔 권하면 슬쩍 빼는 척하며 받아먹는 담당 아주머니, 그리고 나면 손님들은 그냥 못 가 팁을 주기도 합니다.
옷 매장에서 따라다니며 싫다는 옷을 보며 괜찮다고 잘 어울린다고 하는 생판 모르는 여자, 그냥 그 옷이 더 싫어지는 겁니다. 참다못해 그렇게 잘 맞으면 당신 입으쇼, 하고 나왔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술집 도우미도 아니고 옷 매장에서 이런 사람도 있더군요.
바람잡이 의사, 그래도 수액을 맞고 그날 밤에 기침이라도 잦아들었다면 바람잡이로 끝이 났을 텐데, 더 심했졌으니, 바람잡이에다 사기꾼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도 참 고생 많다, 그 명성에 어울리는 돈을 벌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는구나 싶더군요.
시간 되면 내과가 아닌 이비인후과에 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