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양념구이, 양념이 너무 강해서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선물로 민물장어 양념구이가 들어왔습니다. 상품에 제법 멋을 내며 그럴듯하게 꾸몄네요.
배송지를 넣고 조금 있으니 주문자 이름으로 상품 준비하는 영상이라며 링크 주소가 왔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상상으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였죠. 주문자 이름으로 동영상을 만들었다면 작업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영상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대단하다는 생각까지는 들었는데, 그런 정성이 민물장어 맛까지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정성이 얼마나 맛있을지 먹어보고 이야기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상품을 받았습니다. 뚜껑을 열고나니 그렇게 화려하게 포장하지는 않아 그나마 나았습니다. 이전 막걸리 두 병을 주문했는데, 막걸리 한 병 가격이 28,000원인가 했었는데, 이 막걸리를 먹는 방법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책자까지 들어있었습니다. 막걸리 가격보다 책을 만들고 포장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었을 것 같아 그저 웃음이 나왔는데요, 그 막걸리가 편의점에서 파는 막걸리에 비해 또 다른 맛은 있었지만, 28,000원에 사 먹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우나기 양념구이도 주문 시작부터 동영상을 보내기에 지난번 막걸리처럼 얼마나 요란을 떨까 기대(?)했었는데, 생각만큼은 아닌 수수하게 도착했네요.
이 우나기와 첫 만남은, 데워서 접시에 담은 그 모습에 약간 의구심이 들 정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양념이 너무 많아 보였는데, 실제로 하나를 집어 먹으니, 양념이 너무 진하네요. 달큼하고 진득한 그 양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양념이 진하면 고기의 본래 맛을 잃어버립니다.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이 있고 본래의 맛을 살려서 먹는 음식이 있는데, 양념이 너무 진한 우나기는 고기 맛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한 마리 120g으로 두 마리를 먹는데 나중에는 양념에서 짠맛까지 나오는 것이 먹기 거북할 정도였네요. 양념이 과하다 보니 데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불을 조금만 세게 하면 타버릴 것 같아 아주 낮은 불에 찬기만 면할 정도로 해서 먹다 보니 불판에서 바로 나오던 그 맛과 비교할 수 없죠.
돼지국밥이 나올 때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하나는 푹 고아 진국 그대로 나오는 집이 있고, 또 하나는 마늘, 파 등과 함께 다진 양념을 얹어서 나오는 집이 있습니다. 음식은 양념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있고, 손님 입맛에 맛을 맡겨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돼지국밥, 곰탕 등의 진국을 먹는 음식은 양념을 하면 본래의 그 국물 맛을 잃어버립니다. 한때는 신선하지 못한 뼈 혹은 진한 국물이 나오지 않는 뼈들로 국물을 내면 얄궂은 냄새가 납니다. 진국에서 나는 맛있는 비릿한 냄새가 아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죠. 음식을 가져올 때 미리 양념하는 것은 이런 냄새를 감추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 우나기 양념구이 집은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적어도 장인 정신으로 상품을 만들었을 겁니다. 이런 양념이 미리 들어가 있는 음식을 만든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받고 있으니 대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겠죠.
우나기를 제대로 맛본 것은 일본에서였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우나기 덮밥 또는 정식이 있지만, 일본의 우나기 덮밥은 하나의 음식으로 세 가지 맛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는데, 마지막 한 가지는 물을 부워 먹으면 더 맛있다는 것이었죠. 양념을 한 고기에 물을 부워 먹으면 그 양념이 어떻게 될까요. 물에 빠진 우나기에서 양념 맛이 달아나지 않고 자신 있게 권하는 만큼 그 이상의 별맛이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음식이 맛이 있고 입에 맞다는 것이 단지 처음 몇 번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그 양념이 너무 달거나 짠 맛을 느끼게 됩니다. 첫인상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센 양념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두 번은 찾기 어려운 식당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이 우나기 양념구이가 후자에 속합니다. 우나기 양념구이에는 양념이 딸려 왔습니다. 와사비, 약교, 생강 이 세 가지를 같이 넣어서 보냈는데요, 이 양념이 없었다면 우나기는 먹기 힘들었을 겁니다. 와사비와 생강이 우나기의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달큰하고 찐득한 느낌의 양념 맛을 없애주네요. 사실 그런 목적으로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은 아닌데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아요.
내가 만드는 음식이 최고의 맛이라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인 것 같아요. 요즈음은 댓글도 돈으로 사는 세상에서 다들 좋다고 하니, 내가 최고라는 자만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지난번 부산 엑스포 결과가 나왔을 때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죠. 부산 엑스포에 동참해 달라고 각국 정상과 통화했을 때는 긍정적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맛있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다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할까요. 얼굴에 대 놓고 맛이 없다 소리는 안 합니다. 안 가면 그뿐이니까요.
또 달리 생각하면 내가 평소에 먹던 그 양념이, 많은 사람이 즐기는 맛과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특정 음식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영업은 그 타깃의 범위를 정해놓죠. 어차피 떨어져 나갈 사람은 다른 음식을 먹을 테고, 좋다는 사람은 재주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사는 거죠.
그래도 동네 장어구이 집은 이 정도의 양념은 아니었는데, 비싼 음식만큼 실망도 컸던 우나기 양념구이였습니다.